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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빛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예그리나 0 371

참빛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으면서

며칠 전 길을 거닐면서 파란 하늘에 그림이 그려지듯 휘날리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내 눈가에는 하늘보다 구름보다 나무 가지 끝으로 터 오르는 봄의 망울들이 보였습니다. 부천에 온지 24번째 맞는 봄이 저 만치서 내게로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처음 부천으로 올라온 1994년 겨울, 어느 해보다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날씨로 인해 이방인 같은 나에게 순례자의 아픔과 쓸쓸함을 안겼지만 묵묵히 하늘을 보며 걸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마다 하늘을 보면서 나뭇가지에 터 오르는 봄을 바라보았습니다.

부모님과 형제들과 친구들을 떠나 전혀 생소했던 이곳으로 소명을 받고 올라 왔지만 남쪽 하늘과 바다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머니 아버지 모두 천국 보내시고 고아가 된 후에는 더 기대고 그리워할 대상이 사라지면서 부천이 나의 고향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설날은 조용히 우리 부부만 보내면서 은퇴 후에 걸어야 할 순례의 길을 생각했습니다. 25년의 목회 사역을 하면서 내 가슴속에 새겨 놓은 아름다운 추억의 이야기들을 풀어 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망가져 버린 육체와 정신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어리석음은 기대하지 않지만 적어도 내 가슴이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가지면서 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은퇴라는 두 글자가 내게는 트라우마로 가슴깊이 파고들어서 아직도 나를 아프게 만들고 울컥하는 눈물을 쏟게 만듭니다. 성도님들에게는 약속한 바를 지키지 못해서 송구스럽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조금도 부끄러움이나 양심의 가책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소명과 거부 할 수 없는 강한 성령님의 강권하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기된 일 년 동안 하나님은 저를 철저하게 죽이시면서 겸손하게 만드시고 침묵하는 법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아무 일 없이 은퇴했다면 나에게 박수도 있고 작은 영광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나는 죽고 그리스도만 사는 위대한 바울의 고백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세가 죽어서 새로운 가나안교회가 시작되었듯이 참빛교회의 새로운 시대는 제가 죽으므로 여호수아가 살아나고 하나님의 위대하심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동안 마귀는 얼마나 교회를 무너트리려고 발버둥 쳤는지...그러나 교회는 승리했습니다.

그 동안의 스토리는 하나님 앞에 가면 생생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얼마나 공격을 받고 영적인 투쟁을 해야 하는 곳인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교회는 영적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영적인 깊은 곳을 주시해야 합니다. 그 동안 이 사실을 알고 묵묵히 기도하고 헌신한 성도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분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반드시 넘치리라는 확신을 합니다. 대부분의 평신도 성도님들은 정말 교회를 사랑하면서 기도하고 순종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로운 가나안교회를 지양하면서 그와 같은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으로 교회를 섬기시기를 바랍니다.  

 

25년의 사역을 마치면서 성도님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제가 번 아웃(탈진) 과 육체의 질병으로 제대로 목회 사역을 감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공적인 기도모임이나 교육이나 훈련에 한 동안 동참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보낸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성도님들의 고난과 아픔에 함께하지 못하고 제 몸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어야 했습니다. 저의 연약 때문에 행여 상처 입으신 성도님들이 계시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용서를 빕니다. 그러나 그간에 저는 SNS 목회를 하면서 저의 서재를 골방으로 만들어 최선을 다해 사역하였습니다. 결코 게으르거나 나를 방치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제가 얼마나 부족한 자이고 연약한 자인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25년간을 옆에서 지켜보신 분들은 저의 약점이나 허물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참아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25년을 한 교회에서 사역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교회의 모든 문제는 저의 부족함 때문이고 어리석음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마시고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부터 새 목사님과 함께 영적인 부흥과 성장을 이루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좋은 목사님을 모실 수 있게 되어서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마지막 은퇴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많은 이야기들은 제 가슴속에 묻으면서 앞으로 책으로 만들어 보려합니다. 2월 14일에는 노회가 저의 은퇴를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목사는 노회소속으로, 노회에서 저를 참빛교회로 파송했고 이제 노회에서 그 사역을 마치도록 허락해야 합니다. 14일 결정이 나면 저는 참빛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리고 17일 고별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제가 짊어졌던 목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됩니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은퇴하면 예수님이 걸으셨던 이스라엘을 순례하겠다고 생각하고 3월 25일부터 11일 동안 성지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교회의 공적인 성지순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함께 가실 분이 계시면 교역자들에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소 인원 16명 이상이 되면 단체로 갈 수 있지만 그 이하일 때는 그만 두려고 합니다. 2월 10일까지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은퇴식은 3월 14일 저녁에 하겠다고 노회에 올렸습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사역하는 동안 변함없이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성도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잊지 않고 중보기도의 사역을 계속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 깊은 곳에 흐르는 참빛교회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멈추지 않고 지속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나안교회를 시작하는 참빛교회가 영적 전투에서 항상 승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번 주일에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2월  8일  작은  종  김  윤  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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