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방

김윤하 목사 답사 / 은퇴식

예그리나 0 315

김윤하 목사의 송 별 사

 

전도사 시절에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여진 시라는 제목의 시를 읽고 마음 깊숙이 새겼습니다. 사역하는 동안에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잊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 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남다른 특권을 누리며 일본 동경에 가서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그때는 조국이 어려울 때였는데, 편안히 책상에 앉아 너무 쉽게 시를 쓰고 있지는 않는가? 세상은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데, 나는 도대체 안일하게 시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너무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36년간 목사라는 이름으로 목회를 하면서 한 번도 가볍게 쉽게 목회한 적이 없습니다. 쉽게 목회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고 요령도 있었지만 우직하게 힘든 길을 걸었습니다. 이 시 구절이 항상 나를 몰아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용눈이 오름이나 섭지 코지에 가면 나무나 풀들이 하나도 똑바르게 서 있는 것이 없습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누워있고 구부러져 있습니다. 바람 때문입니다.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한평생 꼿꼿하게 서 있을 때가 없었습니다.

 

내 목회 사역을 쉽게 할 수 없었던 것은 제 임의로 행동한 것 보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끊임없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도 여유 있는 시간을 허락지 않으시고 꼿꼿이 머리 들고 서지 못하도록 바람을 주셨습니다. 내가 스스로 겸손해 지기보다 하나님이 나란 인간을 누구보다 잘 아셨기에 바람으로 다스렸습니다. 그래서 항상 머리 숙이고 살아가도록 만드셨습니다. 제가 나를 살펴보아도 남다른 실력도 정치력도 그렇다고 온전한 인격도 갖추지 못한 자요, 부끄러움이 많은 저의 자화상입니다.

 

그런데 저 같은 목회자를 25년 동안이나 목사로 섬기고 영적인 아버지로 모시고 신앙 생활했다는 것은 은혜 중에 은혜입니다. 오늘의 원로목사 추대라는 것은 저의 위대함이나 탁월함이 결코 아니고 오직 참빛교회 성도님들이 위대하고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많이 참아 주시고 품어 주셨기에 오늘의 이런 영광스런 자리가 저 같은 사람에게 축복으로 내려진 것입니다. 모든 성도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25년을 목회해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신앙이 골수 고려파의 신앙입니다. 고려파의 본산인 경남 법통노회 산하 교회에서 장로님과 권사님으로 섬기셨던 부모님은 저에게 원칙주의적인 신앙을 유산해 주었습니다. 부천에 올라와 보니 고려파 교인은 전혀 없고 전혀 다른 색깔의 감리교나 순복음이나 침례 교인들이 몰려왔습니다. 이분들의 다른 신앙을 조화시키면서 목회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칙은 지키면서 비본질의 문제는 항상 열어 놓고 수용성을 가지고 목회했습니다. 그래도 신앙의 정통성을 지킨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제가 배운 신앙의 내용과 현실의 상황이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목회를 하면서 원칙 문제가 아니면 일보다는 사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참고 기다렸습니다. 일에 집중하다가 사람을 소홀히 하고 영적인 변화를 놓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목사의 존재 목적이 성도들을 온전하게 하는 일이라고 성경은 말했습니다. 성도들을 각성시켜서 영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목회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까지 저의 중심 사역은 변화되지 않은 성도들을 위한 중보 기도였습니다.

 

이제 요단을 건너 가나안을 향해 가는 새로운 시점에서 교회와 성도들이 새롭게 변화되고 결단되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우리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임을 인지하시고 교단이 지향하는 정통적인 신앙과 신학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아가서 25년 동안 제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주장했던 교회의 존재 목적인 예배와 선교의 두 날개 중, 하나라도 소홀하게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둘이 저의 목회 철학이요 참빛교회를 오늘까지 부흥시킨 핵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세대에도 이 교회의 핵심요소가 변함없이 전승되기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이제 새로운 여호수아 시대를 시작하면서 더 아름답고 멋진 교회로 개혁해 가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저와 함께 교회를 개척하면서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에게 심심한 고마움과 축복을 드립니다. 그리고 말없이 희생하고 헌신하신 모든 성도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오늘 은퇴식 순서를 맡아주신 모든 분들과 준비하신 분들, 그리고 참여해 주신 동역자들, 함께 사역했던 교역자들과 저의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25년을 변함없이 제 동역자로 곁에서 힘이 되어 주었던 아내, 최상의 은사를 겸손하게 교회를 위해서 헌신해 준 아내, 똑 같은 설교를 하루에 세 번 들어도 아멘하며 은혜 받았던 저의 최고의 매니아인 사랑하는 아내 권숙희씨 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오늘의 이 모든 영광과 박수는 오직 하나님이 받으셔야 합니다. 앞으로 저는 참빛교회가 더 풍성한 부흥으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소식들이 매순간 들려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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