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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는 것과 별을 보는 것

예그리나 0 471

꽃이 지는 것과 별을 보는 것

 

[조지훈] 시인의 낙화라는 시가 있습니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움 뒤에 머어산이 다가서다.

초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더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시인은 지금 초야에 묻혀 살면서 자연의 순리인 꽃 지는 순간을 황혼역에 바라보면서 자신의 심중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뜰에서 방안으로 그리고 자기 내면으로 시상을 옯기면서 낙화라는 시를 썼습니다. 방안에서 주렴 사이로 보이는 별빛을 꽃잎과 함께 보려고 초불을 끄고 보니 아마 붉은 꽃잎이 미닫이 까지 비추어 우련하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모든 것을 비우고 사는 시인의 마음을 누가 알아주랴...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외로움을 달랠 수 없어 울고 싶다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아파트 앞에 하얀 목련화가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지는 것을 눈 여겨 보았습니다. 엊그제 만개한 목련이었는데 벌써 하나씩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 곁으로 라일락도 연산홍도 벗꽃도 봉오리를 맺어 곧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목련이 져야 이 꽃들이 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도 그렇겠구나, 내가 떨어져야 다른 사람이 활짝 피겠지?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원리이지만 인간사는 스스로 결단해야 아름답습니다. 떨어져야 할 때 떨어져야 세상은 질서있게 움직입니다. 떨어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미련함을 버려야합니다.

 

목련이 피어있는 시간이 며칠이라면 떨어지는 시간은 순간입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바람에 휘날리며 공중제비를 몇 번 하다가 춤추며 떨어지는 잎 새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제 목회사역이 46년이라면 떨어지는 시간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나도 저 잎 새처럼 춤추면서 고상하게 떨어져야 할 텐데...잎 새가 무거우면 금방 떨어지지만 말라버리면 춤추며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내려놓을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나를 깊이 성찰했습니다.

 

추하게 떨어지지 말아야지, 춤추며 떨어져야지...시인은 초야에 은둔하면서 어제까지 만발했던 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외롭고 쓸쓸해서 울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럴 때 누구나(나도) 울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런 울적한 시간에 나는 꽃잎보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별을 노래하려고 합니다.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윤동주 시인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 라고 다짐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라는 시집의 서시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주절거려졌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바람이 불어 나를 흔들어도 나는 부끄럽지 않게 그 바람을 타고 먼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고상하게 춤추며 떨어져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조지훈 시인처럼 꽃이 지는 것을 보면서 외로워하거나 울지 않고 별을 보면서 담담하게 내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떨어져 내리면서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떨어지는 곳이 땅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별을 보면서 부활의 내일을 노래하며 떨어지는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결국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날으는 부활의 날개짓을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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