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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나를 찍는 것입니다.

예그리나 0 254

사진은 나를 찍는 것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자연을 찾아다닌 지가 어언 10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카메라를 들면 나의 일 부분이 되어 어색하지도 힘들지도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카메라인지 나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전문가가 되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사진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사색하는 어설픈 철학자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철컥하는 소리가 내 심장을 울리면서 어떤 메시지가 전해져 옵니다. 마치 오감에 카메라가 주는 또 다른 감성인자가 플러스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시작한 후에 내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진이란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기초로 해서 어떤 스토리를 발견하여 전달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만을 추구하면서 멋지게 표현하면 그것은 하나의 사진과학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어떤 아름다움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게 되면 예술로 승화하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고민했던 것은 사진에 어떻게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장면에 분명히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사진작가이신 함철훈 교수님을 만나서 이 문제를 질문했었습니다. 함교수님은 저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사진에 소리를 표현하려면 결국은 추상으로 가야만 합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말하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인 현장의 소리일 수도 있고 내 내면의 소리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성지에 유적들 속에서 어떻게 예수님의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느냐?“ 의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함 교수님과의 오랜 시간 대화를 통해서 제게는 한 줄기 서광이 비추었습니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구름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하고 호수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의 내면의 소리를 그 속에 투영하여서 메시지를 만들었습니다. 꽃을 보면서 꽃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유추해 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내 주관적인 메시지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꽃이 내가 되고 호수가 내가 되는 경지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생각으로 꽃을 읽기 보다는 꽃의 존재와 현상을 읽어가면서 꽃의 메시지를 찾아야만 합니다. 꽃이 내속에서 피게 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자연스러워가야 하는데, 그것은 내 영이 맑아져야 본래의 자연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내 속에 원망과 미움과 욕망으로 가득 채우고는 결코 자연의 메시지인 소리를 찍을 수가 없습니다. 내 마음이 호수같이 맑아야 호수를 찍을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워야 꽃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찍을 수가 있습니다. 분명히 사진에는 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사진은 나를 찍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의 영의 상태를 점검하게 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의 영을 찍어야만 자연의 소리를 찍을 수가 있습니다. 물론 그 소리는 추상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다중촬영이나 조리개와 시간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서 나타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영이 깨끗해서 하나님의 원초적인 모습을 가진 자연을 대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내가 자연을 찍기 보다는 자연이 나를 찍고 나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들어야 합니다. 나는 자연이나 사물이 내게 위대한 설교자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찍은 사진 한 장 속에는 어떤 경우라도 내가 찍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시지입니다.

 

*위의 글은 8월 2일자 인터넷 신문인 코람데오 닷컴 칼럼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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