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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를 맞고싶다.

예그리나 0 272

가을비를 맞고 싶다.

 

어릴 때는 초가을까지 온몸으로 비를 맞은 적이 많았습니다.

하교 길에도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집으로 온 적이 있었고

마을에 갔다가도 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온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추수가 끝나갈 무렵 산 너머로 낚시를 갔다가 쏟아지는 비를 맞았는데,

나무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낙엽위에 앉는 소리를 가슴에 담은 적이 있습니다.

톡톡 거리는 소리들이 낙엽마다 다른 소리로 표현되면서

귀를 기울이며 걷는 나의 발걸음도 바람과 함께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때 그 감성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은퇴 후에는 비가 오는 낙엽 길을 걸어야지

다짐했는데, 웬걸 한번 걸린 감기가 나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포기해야하나...

어제 아침에 비가 내리는 창가에 서서 아직은 이른 가을이라 마음만 설레는데,

짙은 안개 속에서 갈색 코트를 입고 낙엽이 내린 길을 비를 맞으면서

걷는다는 생각만 해도 연인이 되고 시인이 되고 음악가가 되는 순간입니다.

올해는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자신에게 기대해 봅니다.

언제 다시 가을비가 내릴까? 기다리는 마음이 들뜨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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